코로나로 지금은 갈 수 없는 현시점 마지막 해외 여행에 대한 기록 정리이다.
작년 여름에 불현듯 오로라가 보고 싶었기 때문에 급하게 계획을 세우고 티켓을 준비했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즌이 섬머 시즌과 윈터 시즌이 있었는데 내가 선택한 기간은 우연치 않게도 섬머 시즌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어서 조금만 늦으면 몇주간의 공백기가 존재하는 시기였다.
여하튼, 옐로우 나이프는 캐나다의 북쪽에 위치한 아주 '작은' 도시로, 옛날에는 광산이 있었다고 하는 지역이다.
당연히 이곳에 가는 직행 비행기는 거의 없다, 라고 볼 수 있었다.
무려 두개의 경유지를 거쳐야 했고, 돈을 좀 아끼겠다는 각오에 심지어 대기시간도 만만치 않게 있었다.
이렇게 내가 선택한 경로는
인천 -> 벤쿠버 -> 에드몬트 -> 옐로우 나이프 였다.
작은 해프닝으로는 인천공항에 경비분이 티켓을 보더니 날 한번 쳐다보면서 이렇게 물어봤었던 것이다,
"옐로우 나이프가 어디있는 곳이에요?"
실제로 물어볼 만도한게 오로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생소한 지명일 뿐만 아니라 이름 자체가 노란칼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게 에드몬트에서 옐로우나이프로 들어가는 비행기는 횟수도 적을 뿐더러, 매우 작다.
사진과 같이 활주로를 따라 걸어가서 탑승을 해야 했는데, 내심 인터넷에서 찾아본 캐리어 분실이 걱정되서 매우 살떨렸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공항의 수하물 찾는 장소. 매우 상징적으로 보이는데 사실은 저게 전부였다. 정말 게이트가 몇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딱 저것 하나만 있어서 사람들이 이곳만 방문하곤 왜 사진을 찍는줄 바로 알게 되었다. (찍을게 없기 때문! ㅋㅋ)
여튼 짐을 찾고(9월인데 바로 롱패딩부터 꺼내 입었다) 미리 예약한 숙소로 향했다.
내가 예약한 곳은 선샤인B&B라는 민박집이었는데 사장님이 한국인이셨고, 투어 가이드를 병행하고 계셨기 때문에 이곳에 머문다면 여러 메리트가 있다.
https://goo.gl/maps/gtXBqAPwUNrq9yEE6
이날은 오자마자 오로라를 보러 바로 갔었는데, 보통 이곳에서 오로라를 볼때 가장 유명한 "오로라 빌리지"이다.
http://www.auroratour.com/aurora_village
이곳은 TP라는 전통 움막(?) 같은 곳에서 따뜻하게 몸을 녹이다가 나와서 사진을 찍는 것인데 보통은 호텔같은 픽업 장소에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와서 호명해서 사람들을 데려가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한, 국가 혹은 언어별로 사람들을 모아서 데려가기 때문에 한국어를 선택한다면 자연스럽게 주변엔 한국인이 득실거리게 된다.
이건 후일담이고 카더라 통신이지만, 중국인들이 가장 좋은 TP를 가져가고 한국인들은 조오기 먼곳에 TP를 잡아줘서 불만이 매우 많았었다.
참고로 이날은 오로라는 구경도 하지 못했다.
선샤인B&B가 좋은 가장큰 장점은 바로 숙소에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파일럿 모뉴먼트가 있다는 것이다. 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오로라가 잘 보이는 날엔 여기서도 충분히 볼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건 사실이었다) 아침에 올라와서 주변을 봐도 경치는 끝내주게 좋다. (근데 몇번 보니 질리긴 한다)
둘째날은 오로라를 보는데 성공했다. 빌리지가 너무 비쌌기에 이날은 중국계 여행사를 신청해서 체이싱으로 돌아다녔다. 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버스에서 깜빡 자버린 것도 있었고, 주변에서 중국어가 끊이지 않기에 사실 한국인 혼자 다니기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오로라에 대해서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게 있는데, 사진으로 보이는 멋진 오로라(아래)와 같은 것은 사실 육안으로 보면 까만 하늘에 회색빛 구름으로 보인다. 그걸 사진으로 찍으면 비로소 위와 같이 멋진 사진이 나오는 것이다.
반대로 강렬한 오로라는 사진으로 남긴 하는데, 저급한 내 손에선 도저히 담을 수 없었다.(위의 사진)
이날은 그래도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느꼈고, 그래도 육안으로도 쎈거 아주 잠깐 보고 사진도 몇장 건졌다고 매우 만족해 했었다. (잭팟이 올 거라는걸 전혀 몰랐었을 때였다)
세쨌날은 오로라를 보는데 실패했다.
오로라 자체는 분명 있다고 예보도 있었고 강렬한 오로라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하늘에 구름이 드리워져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때는 선샤인B&B 투어를 이용했었는데, 사장님이 굉장히 미안해 했었다.
그리고.... 잭팟이 터진 마지막날이 찾아왔다.
이때쯤 되니까, 그냥 하늘에 회색빛 구름만 보여도 "어! 오라라다!" 하면서 희희 하고 있었을 때였다. 솔직히 육안으론 안이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은 숙소 앞에서도 오로라가 보일 정도로 심상치 않았다. (위 사진은 진짜 흰구름이었는데 나름 도심에서 보였다는게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픽업하러 돌아다니는데, 어어어! 하면서 말을 잃었고 사장님을 졸라 한적한 해안가에 날 내버려두고 다른 분들 픽업하고 데리러 와 달라고 했다. 실제로 그때 본 광경은 시작이었지만 엄청났었다.
멀리서 물이 흐르듯이 빛이 다가오는 광경은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사진을 못찍어서 정말 미안할 정도로 하늘에 감사했고, 미안했다. 이걸 남길 수가 없었다니!!
용량때문에 GIF의 화질이 팍!! 죽어 버렸다. 아쉽지만 오로라의 흐름이라도 보길 바라면서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려고 한다.
빛의 커튼이 하늘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광경! 셔터를 누르는 것도 까먹을 정도로 강렬했다.
아래는 투어의 사장님이 직접 찍어주신 사진 중에서 몇개를 선별했다. (고수가 찍은건 역시 달랐다)
오로라를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간혹가다 오로라를 보러갔다가 허탕치고 오는 사람들과 내가 중간에 이야기한 흰구름만 보고 온 사람들은 모든게 뻥이라고 하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멋진 광경을 누군가는 허탕만치고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게 안타까웠다.
누군가가 오로라를 보러 간다고 한다면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서라도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4박을 투자해서 2번은 허탕을 쳤고, 1번은 평타를 쳤으며, 1번에 잭팟이 터졌다.
언젠가 다른 누군가와 다시 방문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면서. 다른 누군가가 이 사진과 글을 보면서 새로운 꿈을 꾸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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